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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먹자골목

부산지하철 1호선 자갈치역에서 하차해서 남포동 영화거리와 광복동의 화려한 상점를 지나 약국거리 세명약국에 이르면 부산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국제시장과 만나게 된다.

방금 지나온 현란한 거리에 비하면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재래시장의 멋과 이런 골목 야외 시장은 독특한 서민만의 맛이 있다. 골목에 들어서면 길게 늘어선 음식 노점이 있다. 이곳에서는 따뜻한 음식들에서 올라오는 하얀 김이 겨울 정취를 자아낸다.

장사 중에서도 뭐니 뭐니 해도 첫째는 먹는장사라고 한다. 아무리 궁해도 먹지 않고는 배겨낼 수 없는 것이 인간이고 큰 밑천 없이도 맛 하나로 거뜬히 장사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먹거리 장사이기 때문이다. 국제시장 먹자골목은 ‘인간은 먹지 않으면 죽는다’ 라는 절대적 가치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경제사정이 좋아지면 이제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먹느냐 라는 먹는 문화가 발전하지만, 이곳은 아직 그런 점잖은 식음 행위와는 거리가 멀다. 오가는 사람이 보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길거리에 마련한 작은 의자에 쭈그리고 앉으면 그 자리가 식탁이 되고 따뜻하게 데워진 음식을 젓가락으로 입속에 얼른 던져 넣는다. 그러다가 옆 사람에게도 친절하게 한 입 넣어준다.

서민적 음식 문화를 나타내다

우아하게 예절을 지키며 모양 갖추고 먹는 식사는 기본적인 문제를 이미 극복한 상류사회에서 행하는 예법이다. 지금 당장 허기를 해결해야 할 서민들의 음식은 그저 허기를 채우는 음식일 뿐이다. 고급 음식점의 잘 차려진 식탁에서는 대인관계와 품위를 의식해야 하는데 이곳의 식음 행위은 그런 부담을 덜어주니 자유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다. 그것은 오랫동안 잊고 지내온 고향의 맛이자 고향의 정취다.

순대, 떡볶이, 김밥, 고구마, 어묵, 튀김, 식혜, 호박죽, 팥죽, 녹두죽, 길커피 등등…
국제시장의 허름한 가게는 패스트푸드와 스낵 등에 밀려 사라지고 있는 한국의 전통 음식이다. 밑으로는 몇백 원에서 위로는 몇천 원으로 간단히 허기를 채울 수 있다.

1950년 한국 동란과 산업화의 어려웠던 시절을 딛고 국제시장 먹자골목은 일용직 근로자와 쇼핑에 나선 주부, 일자리를 구하려는 실업자들의 굶주림을 채워줄 수 있었던 곳이다. 그 어려웠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별로 손님이 오지 않지만 그래도 가끔은 젊음의 낭만을 찾아온 연인들과 주머니가 허전한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작은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 이것저것 음식을 집어먹는 젊은이들의 팔 너머로 따끈따끈한 음식에서 김이 올라와 겨울을 따뜻하게 해준다.

시간이나 공간을 초월한 서민들의 문화마당

국제시장처럼 커다란 재래시장 속을 어슬렁어슬렁 걷다 보면 격렬하게 변하는 바깥과는 달리 매우 느리게 흐르는 공간의 흐름을 느낀다.

끊임없이 변하는 대형 매장의 상품들이 첨단을 향해 달려간다 라고 생각하면 이곳 상품들은 몸에 꼭 맞는 옷처럼 낡았지만 편안함이 느껴진다. 옷수선, 구두수선, 시계수리, 중고가구, 구두, 의류, 기계철물, 문구, 안경, 조명, 벽지 등을 취급하는 오래된 점포들이 골목마다 옛 모습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내 기억에 의하면 이것들은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30년 전이나 다름없이 그 장소에 있었다.

해방 이후 도떼기 시장에서 출발

국제시장 먹자골목
국제시장 먹자골목

국제시장은 일본이 태평양전쟁 당시 연합군의 공습을 두려워하여 부산의 중심부인 이곳에 밀집해 있던 주택가와 상가를 비우면서 큰 공터가 형성된 곳이다. 해방되고 미군이 주둔하면서 그 공터에 자연스럽게 시장이 성립하게 됐지만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물건은 일본인이 두고 간 물건과 미군으로부터 빼돌려진 의류 음식 일용잡화뿐이었다.

그 시절 사람들은 이곳을 ‘도떼기시장’ 이라고 불렀는데, 이 말은 ‘통째로 산다’ 라는 뜻이다. 소매상이나 일반 구매자가 한 사람이 가져온 물건을 통째로 사들이기도 하는 데서 유래된 말이다. 그만큼 물자가 귀하게 거래되고 양도 그리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억센 서민들의 생활 방식을 나타내다

625전쟁 당시 국제시장은 빈털터리로 다시 시작하는 피란민들의 생활 근거지였고 자유당 시절에는 옷감 화장품 시계 보석 등 밀수품이 거래되기도 했다. 1950년부터 1968년까지 네 차례의 대화재로 빼곡히 들어섰던 판잣집 상점들이 폐허가 되기도 했으나 1970년 콘크리트 건물이 신축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옷들을 쌓아놓고 어서오이소! 마음대로 골라보이소! 라는 호객 행위도 이제는 사라지고 있고 부산의 힘찬 생활력을 보여주던 국제시장 분위기는 점차 과거의 것이 되고 있다. 부산 상권이 다양해지고 교통 중심지가 동래, 서면 등의 지역으로 분산되면서 여기 저기에 세워진 대형 할인매장으로 경기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옛 시장의 정취를 찾아 국제시장을 찾는 이들도 많은 듯하다.

기본정보
 관광지명 국제시장 먹자골목
 주소  부산시 중구 창선동2가

가시는 방법:지하철 1호선 자갈치역에서 하차 후 7번 출구로 나가셔서 횡단보도를 건너서 직진하시면 롯데리아가 있습니다. 거기 모퉁이에서 왼쪽으로 돌면 PIFF 광장이 나오고 PIFF 광장을 지나 직진합니다.세명약국,세명약국 옆에 아치가 있고 아리랑거리 입구가 국제시장 먹자골목입니다.

※위의 기사는 취재시점의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현지 사정에 따라 지금과 내용이 다를 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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