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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장사지 삼층석탑

용장사지 삼층석탑
용장사지 삼층석탑(보물 186호)

용장사지 삼층석탑

경주 남산은 신라인들에게 1천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신성시되어 불국토라 여겨온 산이다.

부산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천년이라는 오랜 역사와 옛 선조들의 숨결을 간직한 도시가 있다. 수려한 곡선미를 최대로 살려 만든 한국 전통 기와지붕을 상징으로 하는 경주 톨게이트를 들어서면 금세 세계가 바뀌고 옛 모습을 간직한 도시가 눈앞에 펼쳐진다. 여행자는 천년 역사를 간직한 수도와 신라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불기 2546년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찾은 곳은 경주 남산이다. 남산은 신라인들에게 1천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신성화되었고 불국토라 여겨온 산이다.

경주 남산 끝자락에 아득히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영고성쇠를 거듭하며 역사와 많은 전설이 깃들어 때로는 젊은이들의 심신수련장으로서 민중에게는 신성한 신앙지이자 불교의 성지였던 남산에는 절터와 불상이 1백개가 넘고 석탑도 80여개에 이를 정도로 산재해 있어 경주 남산 유적을 모두 둘러보는 데 하루 이틀 일정으로 어려움이 있어 오늘은 용장골을 따라 세간에도 잘 알려진 용장사 석탑까지 오르기로 했다.

경상북도 경주시에 있는 용장골 입구(내남면 용장곡리)에는 5월의 아카시아가 향긋한 꽃향기를 풍긴다. 해발 350m에 위치한 용장사는 경주 남산 대표적인 봉우리인 금오봉(4백68m)과 고위봉(4백94m)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나라 35번 국도 변에 있는 용장리 500번 좌석버스 정류장에서 400m 정도 좁은 길을 따라가다 보면 넓은 공터가 나오고 산행이 시작된다. 용장사 터로 가려면 이곳 징검다리를 밟고 개울을 건너야 한다.

용장골 주변에서는 드문드문 “계곡물은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하고 있으니 더럽히지 마십시오”라고 쓰인 팻말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계곡이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에는 계곡물을 그대로 마시는 경우는 드물다.

산길이 끝나는 곳에서 개울을 건너 다시 개울을 건너가면 산길은 둘로 나뉜다. 왼편 길을 따라 신우대(산에서 자연적으로 자란 대나무)가 우거진 수풀 사이를 400m 정도 걸어가다 보면 눈앞이 넓어지고 용장사 터가 나타난다.

무성한 수풀 사이로 기와 조각과 주춧돌만 몇 개 남아 있다. 절 뒤편에 남아 있는 높은 돌담을 보면 예전에는 제법 큰 규모의 절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통일신라시대 대현스님이 법상종을 연 절로 알려진 용장사는 조선시대 들어와서 없어졌다.

절터에 있는 안내판에는 조선시대 매월당 김시습(梅月堂 金時習, 1435~93)이 이곳에 머물며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金五新話)를 썼다고 소개되어 있다.

금오신화(金五新話) 금오는 용장사가 위치하는 금오봉(金五峰)에서 따왔다고 전해진다.

용장사지
아래에서 바라본 용장사지 삼층석탑

용장사 절터에서 동북쪽을 바라보면 높은 바위 위에 삼층 석탑이 하늘을 향해 우뚝 서있다.부처님이 나를 내려다 보시며 마치 빨리 올라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용장사지 삼층석탑(보물 186호)이다.

용장사지 석탑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나뭇가지에 매어있는 등산안내 리본을 따라가면 된다. 마침내 봉우리에 다다르면 석불좌상(보물 187호)과 마애여래좌상(보물 913호)이 나를 반긴다.

용장사지
경주 남산 용장사지 마애여래좌상(보물913호)

마애여래좌상 앞을 지나 봉우리 오른쪽으로 돌아 올라가면 드디어 삼층 석탑과 만나게 된다. 석탑 앞에 서면 남쪽으로 고위봉이 우뚝 서 있고 서쪽으로 형산강을 품은 배리평야가 보인다.

용장사지
용장사지 삼층석탑
용장사지
용장사지 삼층석탑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석탑은 대부분 상・하층기단으로 되어 있으나 이 석탑은 상층기단 하나밖에 없다. 석탑이 서 있는 높이 400m에 달하는 봉우리 전체가 하층기단에 해당하므로 3층 석탑의 높이는 4.5m밖에 되지 않는데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석탑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불과 4.5m의 구조물에 불과한 이 석탑이 마치 큰 품으로 산들과 둥근 하늘을 부드럽게 감싸안는 듯한 배려가 나를 감동시킨다.

삼라만상을 품은 동시에 삼라만상 가운데 유일해지고자 하는 것이 부처님의 마음 아니겠는가. 탑 앞에서 두손을 모았다. 모쪼록 삼라만상이신 여러분, 편히 성불하십시오.

김시습이 본 사슴이 산속 어딘가에 잠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구름에 가려 있던 해가 어느새 삼층석탑 위에서 희미한 햇살을 뿌리고 있었다.

가는 방법 :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내좌석버스 500번 탑승(용장골까지 20분 소요)

※위의 기사는 취재시점의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현지 사정에 따라 지금과 내용이 다를 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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